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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들,( )의 식탁_ GS칼텍스 예울마루 장도전시실_ 여수_ 한국

GSCaltex Yeulmaru 10th Anniversary Exhibition Man is sad, coughs : A table for ( )


작가노트( Artist Statement)
2022.04

신념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물음은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시점부터 현재까지 스스로에게 아직도 유효한 질문이다. 나 는 신념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념은 여러 형태로 확인된다. 일상이나 인간관계 혹은 내가 속한 사회의 크 고 작은 사건들과의 부딪힘은 다양한 신념을 확인하게 해주는 동시에 언제나 긴장과 갈등을 일으킨다. 아마도 다른 존재 들로 인해 내가 만든 기준과 정의가 위협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 질문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나는 신념과 신념이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서로가 파괴와 재구축의 반복된 시련을 감내해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신념이라는 추상적 가정은 이러한 만남들로 인해 비연속적이고 가변적이다. 만남, 그리고 파괴와 재구축의 반복 안에서, 우리는 작은 선택들 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준비를 하게 된다. 때문에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중간 지대는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 이며, 양보와 화해의 공간이다. 나는 이러한 중간 지대 혹은 중요한 내핵의 공간으로 저녁식사 시간을 바라본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저녁식사는 한동안 끊겨버린 관계를 확인하고 복원하는 공간이다. 잠시 분리된 생활로 늘어난 거리감을 확인 하고 양보와 화해를 나누는 중간지대가 바로 저녁식사의 식탁 위에서 만들어진다.의 식탁 표면에 새겨진 무궁화 무늬의 투각을 통해 먼지, 소리, 냄새,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엉켜있는 마음의 흔적들이 쌓이게 된다. 누군가는 청소하여 그 불편함을 정리할 것이고 누군가는 남겨 둘 수 있다. 그리고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구석의 흔적은 어느새 단 단해져 신념의 무늬로 남겨지게 된다. 



The question ‘Where does a belief come from?’ has been a valid question for myself from the day I first began making art until today. I struggle to find the root of belief. A belief is found in many different forms. Living daily life, rela - tionships with others, or confrontation with big and small events in the society I belong to confirm various beliefs while incurring tensions and conflicts. Perhaps this question began due to fear for my standards and justices being challenged by others. I am aware that we endure the repeating trials of destruction and reconstruction around where beliefs collide. Due to such encounters, an abstract supposition called belief is inconsistent and open to variation. Throughout repeating encounters, destruction, and reconstruction, we get to prepare for a new world made by small choices. Therefore, the middle ground where beliefs collide is the point where change begins, as well as the space for concession and reconciliation. This is how I perceive dinner, as a middle ground or space of an inner core. The dinner of parents and children is a space to revisit and recover a relationship that had been estranged. On the dinner table, a middle ground is formed to recognize the growing distance due to the separation of living and to exchange con - cessions and reconciliation. The openwork on Dining Table, carved in the Rose of Sharon pattern, is built up with dust, sound, smell, time, and people’s minds intertwined with all of these materials. Someone may resolve his discomfort by cleaning them, while someone just leaves it as it is. And the trace at the corner that is never wiped away would be soon hardened and remain as a pattern of one’s belief






Notional Flag #5-B

챕터투 야드 (Chapter II Yard)는 개관전
2020. 5. 13- 6.27

챕터투 야드 (Chapter II Yard)는 개관전으로 주세균 (Ju Se Kyun, b.1980)의 개인전, Notional Flag #5- B를 5월 13일부터 6월 27일까지 성수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공적 규범 체계와 상징이 가진 함의에 대한 의문을 설치, 조각, 드로잉,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풀어오고 있는 작가는, 지난 1월에 챕터투 본관(연남동)에서 "Notional Flag #5 - A" 전을 개최하였다.
이번 개관전은 1월 전시의 연장선이자, 챕터투 야드 공간에 맞게 재해석한 <Notional Flag Series>와 신작인 <Text Jar Series> 시리즈를 선 보인다.
여기 형형색색의 기(flag)가 놓여있다. 퍼레이드에 항시 등장하는 우리에게 친숙한 만국기의 형식을 빌려 전시장 바닥에 서로 면을 맞대고 110개의 기가 놓여있다. 사실, 이 기들은 작가가 직접 염색한 모래, 흑연 가루, 흰색 파우더 등을 일일이 바닥에 세밀하게 뿌리는 작업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세밀한 뿌리기'라는 작가의 구도자적 수행은 오직 중력이라는 외력에 의지하여 진행되고, 전시 기간 동안 의도된 원형을 유지한다.
'Notional Flag'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기들은 실재하는 국가의 기가 아니다.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과 실체를 상징하는 A3 크기의 이미지는 기(flag)의 형식으로 읽히는데, 이는 우리의 인식 체계에 입력되어 있는 국기(national flag)의 구성요소인, 패턴, 문양, 색깔, 외형의 기준을 오롯이 충족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의도한 전시의 목적, 즉, 존재하지 않는 기를 보여주는 행위와 그와 연계된 연상 작용의 유도는 관람자에 따라 선택적으로 달성된다. 쉽게 말해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국기, 예를 들어 자국의 국기이거나 미디어에 빈번히 등장하는 주요국의 국기에 대한 앎의 유무가 기준점이 되어, 대상이 되는 이미지의 실재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집단의 원전성 평가를 담보하지는 않는데, 이는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가가 창조한 기의 이미지들이 무척이나 그럴싸한 외형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 켠에 쌓여 있는 모래 더미는 새로운 구성 요소로서 이번 전시에 등장한다. 작품의 재료가 설치에 함께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의 기저를 흐르는 논리적 기반과 전시명에 대한 추론을 이끌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수 많은 규범과 정의, 의미는 '실체와 개념' 사이 어디엔가에 기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따라서, 작가에게 있어 'Notional'은 언제나 'National'로 전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고, 이는 동시에, 우리가 실체라고 믿었던 기존의 정의와 의미, 상징들은 유사시 전복될 가능성에 놓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깃발로 상징되는 하나의 조직과 기관, 그 어떤 형태의 사회적 단체는 시간의 영속성 관점에서 볼때 "일시적"이다. 마치 작품과 모래더미의 관계가 선후 혹은 종속적 관계가 아닌 시간과 선택의 관점에서 상대적이듯이. 따라서, 전시 기간이 종료된 후 작가가 작품을 붓으로 쓸어내어 모랫덩이에 합치는 행위는 단순히 작품의 소멸을 뜻하기보다는 작품의 진정한 완성이고, 일시적이었던 상태가 보다 영구적인 상태로 옮겨가는 행위, 엔트로피 법칙의 순응으로 해석됨이 옳다.
작가는 깃발과 깃발의 경계선이자 중간지대인 곳에서 "신념"이란 단어를 연상하였다고 한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국경선으로 구분되는 형태, 또는 주권(Sovereignty)이라는 추상적 의미를 공유하는 모든 배타적인 공동체는 주관적인 신념의 덩어리의 합이라는 관점의 적용에서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이러한 신념은 특정한 지역에서 동일한 역사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거나, 특정한 이슈에 대한 유사한 반응의 축적과 총합이 충족될 때 형성된다.
별도의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는 <Text Jar Series>는, 이러한 신념의 기본 단위는 함께 식사하며 동거하는 가정이라는 작가의 해석을 시각화 한 것이다. <신념의 호수>와 <신념을 채우다>라는 한글 텍스트의 외형을 응용하여 제작된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의 신념들이 결국 동일한 식기를 매일 공유하며 가족 구성원들의 생존과 직결된 "가정안에서의 식사”라는 행위를 통해 탄생하였고, 모든 형태의 "신념"의 내핵으로 존재한다는 작가의 믿음에서부터 파생되었다. [CHAPTER II  YARD]




Notional Flag #5-A

2019. 12. 13 – 2020. 1.18
 JU SE KYUN


Chapter II is delighted to announce Ju Se Kyun (b. 1980)’s solo exhibition, ‘Notional Flag #5-A’, from 13th December 2019 to 8th January 2020 in Yeonnam-dong, Seoul. Ju has dealt with multiple media including installation, sculpture, drawing and video to manifest his investigation into skepticism about implicative aspects of symbols and structures of the public system which perceived as social conventions. In this solo exhibition, he unveils his large installation, <Flag>, and a new piece, <Tracing Drawing>, in Chapter II’s main gallery and window space respectively.

There are multicolored flags. Borrowing the format of common flags of all nationsoccasionally appeared in parades, 208 flags are carefully placed side by side on the floor of the exhibition space. These flags actually consist of colorful sand the artist died by himself. The entire pattern is achieved by the elaborate process of sprinkling the particles on the floor. This ‘delicately sprinkling’ progress which signifiesthe artist’s disciplinal performance is carried out depending on the sole external force¾gravity, and this meticulously intended original form is maintained throughout the exhibition.

As the tile of the exhibition, ‘Notional Flag’, suggests, thepatterns of the flags do not exist. Each A3-sized image depicting nonexistent objects and substance is interpreted as an actual flag, since it meets requirements of national flags’ fundamental elements such as patterns, emblems, colors and appearance already imprinted on our recognition system. The artist’s initial aim for the exhibition, establishing and displaying the fictional flags and causing association effect related to the pattern, is selectively achieved depending on viewers. In other words, their background knowledge about certain flags, for example, their own countries’ or widely known flags frequently exposed in media, plays a role of a standard point which distinguishes the real ones from imitations. Nevertheless, it does not guarantee the group’s accurate assessment, because the images have considerably plausible features.

The installation reminds of a certain situation of a traveler who crossed the American continent in the past. In the story, he discovered that marks of Utah and Colorado on his map were accidentally swapped due to a typographical error. Let us imagine his inner conflict between trusting that it was the only error in the entire book or doubting reliability of the map. This anecdote consequently demonstrates what message the artist attempted to deliver. It explains that ‘notion’¾the part of the title and the central keyword of the exhibition¾does not necessarily reflect precise facts, as though we easily misinterpret the arbitrarily invented patterns as real flags. According tothe argument by 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in which the relationship of the Signifier and the Signified is arbitrary, the Stars and the Stripes of the US and the Union Jack of the UK are outcomes of decisions and coincidences rather than products of regulations and formulas. Unless an absolute truth exists, numerous norms, definitions and meanings that we constantly come across in an ordinary circumstance inevitably inhabit somewhere between reality and notions. For the artist, the ‘Notional’ always has potential to be inverted into the ‘National’; at the same time, it implies that the existing norms, definitions and meanings can be overturned in any time. Thus, the action of shifting the artwork into a pile of sand by sweeping it out with a brush after the exhibition stands for a complete stage of the work, instead of indicatingthe disappearance of the work.

Ju Se Kyun completed his BA and MA in Sculpture at Kookmin University and he also did his sub-major in Ceramic. He has consistently presented his practice at diverse internal and external major establishments including OCI Museum,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MA Nam-Seoul Museum of Art, Kumho Museum,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Korean Cultural Center China and Taiwan Ceramics Biennale. His works are included in collections of prestigious museums such as Victoria and Albert Museum, British Museum, Seoul Museum of Art,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nd OCI Museum. [CHAPTER II]











Notional Flag #5-B <작가노트>
챕터투 야드 8회 개인전

이번 전시는 지난 챕터투에서 열린 개인전 Notional Flag #5-A의 연장선상에 있다. 제목에서도 유추되듯이 국기작업은 일정한 패턴으로 이전 전시에서 쓰인 국기를 원형삼아 계속해서 변해 간다. 실제 존재하는 국기로 보이기 위해 제한적으로 색과 형태를 바꾸는 시도는 지금까지 하여 왔으나 이번 설치는 관객들에게 많은 힌트를 준다. 이전 설치에 쓰였던 섞인 모래들이 이번 전시의 국기작업에 쓰이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한 덩어리로 섞여있는 모래는 하나의 색 같기도 하고 너무 많아 알 수 없는 색이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색은 힘이 없고 무의미해 보이나 가까이서 보면 색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위치해 있다. 또한 나는 국기와 국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같은 색 혹은 같은 모양으로 만나는 중간지점에 관심이 많다. 그곳은 매우 생산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면서 때론 매우 폭력적으로 보인다. 그 사이의 공간에서 나는 ‘신념’이라는 단어가 보았다.
이번 전시는 두 개의 방으로 구성이 되었다. 나는 두 방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방으로 분리시켰다. 그리고 두 개의 방을 연결하는 작품이 있다. <신념의 호수>와 <신념을 채우다>의 제목의 작품이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신념을 세우다’라는 텍스트에서 외형을 얻었다. 도자기로 채워진 방안은 신념이라는 텍스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방이다. 나의 신념과 누군가의 신념이 만나는 곳, 그리고 수많은 신념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은 나의 신념이 어디에서부터 오게 되었는지를 질문하게 된다. 도자기로 채워진 전시장에서 나는 조각이 아니라 실용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찬장으로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기준의 시작점은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쌀의 냄새 그리고 무거운 유리로 불안전한 균형을 맞추던 주름진 꽃무늬 식탁보 감촉을 상상하지 않고는 찾을 수 없었다. <신념의 채우다>작품에 스며있는 잉크처럼 나는 아주 오래 동안 무엇인가에 스미었을 것이다.
기존의 찬장 시리즈를 연장하고 있는 이번 작품들에서도 <Text Jar Series>의 작동방식을 따른다. ‘신념을 세우다’라는 텍스트를 이용하여 회전축과 각도를 달리하여 수많은 신념의 덩어리를 만들 수 있었다. 이것들은 상황에 따라 신념을 뿌려주는 양념통으로 때로는 덩어리로 그리고 익숙한 입체도형의 모양으로 형식화 된다. 다만 나는 이 작품이 국기 작업들과는 달리 관객이 텍스트와는 관계를 끊고 작품을 자체로 온전히 해석하기를 원한다.
나에게 국기라는 것은 하나의 권위에 대한 상징이었다. 어릴 적 생각을 하면 보통의 교육과정은 가장 효율적이고 저항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나를 훈련시켰다. 암묵적으로 사회와 개인은 정보의 이러한 수용방식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무한의 정보의 수용은 속없는 형식만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나의 이전 세대는 같은 국기 혹은 국가의 대한 개념에서 훨씬 적극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대면했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식은 그 견고함을 더 단단히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왜 거기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범접할 수 없는 권위가 된다. <Notional Flag Series>와 <Text Jar Series> 에서 나는 정보를 수평적으로 접근하고 가능한 모든 형식을 제안한다. 수많은 정보들의 관계는 번역 그리고 오류의 연속된 반응으로 공유 된다. 의미의 이동, 기준의 불명확성은 나를 늘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는 다시 경험하고 싶고, 속이 비어 있는 형식의 그릇 안에 의미를 불어 넣고 싶다. 






<0의 일지>
                                                                                                      이보람. 2017.9.17

한명은 도자기를 만들고, 한명은 그림을 그린다.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드는 일과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다루는 이의 신체가 직접 가 닿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도자기와 그림은 신체의 흔적이 차곡차곡 쌓여진 흔적이고 기록이다.
주세균의 Text Jar 연작은 단어를 돌려서 얻은 환의 형태를 도자기에 적용시킨 작업이다. 주세균은 <0의 일지>를 위해 이보람 작업의 키워드를 직접 선정했다. ‘망각’, ‘기억’, ‘가벼움’, ‘무거움’은 주세균이 이보람과의 대화에서 걷어 올린 단어들이다. 각각의 단어가 가진 형태는 ‘돌리는 행위’에 의해 재해석, 재창조된다. ‘망각’, ‘기억’, ‘가벼움’, ‘무거움’은 새로운 환의 형태와 이보람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분홍빛을 갖는다.
이보람은 이렇게 만들어진 ‘망각’과 ‘기억’과 ‘가벼움’과 ‘무거움’의 도자기들을 자신의 피부 위에 올린다. 이보람의 그림 속에서 작가 자신의 피부와 도자기의 표면/피부는 서로 닮아 간다. 사람의 피부색과 비슷하면서도 사물을 연상시키는 핑크톤의 광이 있는 색과 질감은 서로 다른 둘을 합하고, 나눈 결과물 같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가는 방향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게 묘사된 그림자 때문에 확연히 구분된다.
거리는 항상 존재한다.
이보람의 피부와 도자기의 표면.
주세균의 ‘망각’과 ‘기억’과 ‘가벼움’과 ‘무거움'의 도자기들과 이보람의 말에서 수집된 ‘망각’, ‘기억’, ‘가벼움’, ‘무거움’.
이보람의 그림과 주세균의 도자기.
이보람과 주세균.
둘 사이에는 항상 거리가 존재한다.

‘0’은 둘 사이를 말하기에 좋은 숫자인 것 같다. 마치 ‘0처럼 보이는’ 둘 사이의 거리. 그렇지만 어떤 의미로는, 그 둘의 관계는 ‘아무 것도 아닌’ 사이일 수도 있다. 사이와 관계가 의미를 가지려면, 나는 너가 필요하고, 너는 내가 필요하다. ‘나와 너의 사이’에, 주세균의 도자기와 이보람의 그림들에 의미를 실어줄 수 있는 것은 나라는 누군가와 너라는 누군가가 지닌 공통점이 아니라, 같이 바라보는/바라볼 수 있는 무엇이다.






<생각을넘어>
<Beyound Thinking>

Text to Image; Communicating and Communicated Sekyun Ju
조혜영

 작품과 작가, 관객과 작품, 표현과 해석 의 차이와 같이 우리는 늘 소통되는 것과 실 제 우리가 의도하는 것의 차이 속에서 살고 있 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일부는 보는 이에게 전달되겠지만 작품은 감상하고 해석하 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기 마련이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문학자인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1915~1980)는 문학이나 사회의 여러 현상 속에 숨어있는 기호(의미) 작용을 구조주의 기호학으로 분석했다. 1957 년에 출시 된 『신화론』 책에서 바르트는단어 가 아닌 사물에 대한 정의를 하려고 했다”, 즉 사물의 정의를 통해 소통하고자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세균 작가는 지금까지 인간 내면 의 세계와 사회 속에서 근본, 진정성, 진실성 등이 혼재되는 심리적 기호에 대해서 작품을 통해 질문해 왔다. 이번 작업에서도 역시 그가 늘 해 왔듯이 본인의 심리적 감성과 경험을 노 동과 시간 그리고 실험을 통해 새롭게 발전시 켰다. 작가한테는 장인 정신의 기본인 노동의 시간적 투자 그리고 기술을 연마 등이 중요하 다. 어떤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 그리고 반복 등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2015 년부터 시도한 기존 “Jar Series”의 연장으 로 이번 전시에서도 주세균 작가는 텍스트를 이용한 이미지의 표현에 집중하여 의성어와 의태어가 혼재 된 현상을 작품에 표현하였다. 순전히 가시적인 측면에서 이번 작품을 관찰 해 보면 건축적인 접근을 했으며 작가가 예전 에 했던 『민국기』, 『세계지도』 시리즈처럼 지속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비교하는 동시 에 편안한 것과 불편한 것을 개념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테리어(interior)가 아닌 엑스테 리어(exterior)에 집중했으며 여기에 의성어 와 의태어를 담아 작품이 오독 되도록 개념적 확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 , 무언 가가 폭발하고 터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작품 은 절제되고 구조적으로 설치되어 관찰자에 게 의문을 심어준다고 할 수 있다.







Text to Image; Communicating and Communicated Sekyun Ju
 Hyeyoung CHO


 Artists make work based on their narrative concepts. Sekyun Ju has always been interested in what is real and what is not. In other words he questions dual natures – an artist’s intention; a viewer’s interpretation. Over the years his work has focused much on analyzing virtue, reality, truth and what lies behind narrative concepts. He is interested in how art is perceived by the viewer and their interpretations. Therefore he observes the space between the artist and the artwork, the artwork and the viewer, the expressed idea and the interpretation and more. There exists a gap that lies in between what is intended and how it is perceived, we can also refer to this as differences. Roland Barthes, a French literary theorist, philosopher and linguist states in his 1957 book “Mythologies”, “I have tried to define things, not words”. Much of what Ju is attempting relates to this notion. His approach is based on repetition of skill and belief in time and labour, comparable to a master refining his skills through countless practice. In this particular exhibition Ju focuses on text and images. He plays with antonyms and monophony in the Korean language to express anxiety and tranquility. Previously his work was about the interior but in this exhibition, he focused on the exterior - the internal vs. external. The work reflects on architectural features by creating his texts in extruded bricks. They are a complete opposite to the sand and dust he used for the series on Notional – dust vs. brick. Since 2015, Ju has experimented with text and transmitting different meanings through his selected words. With this exhibition he uses words that relate to the sound of “explosive bombs”, “demolition of buildings” and the sound of things “collapsing”. Discomfort and comfort, instability and stability is portrayed with these words. The concept is to play with such conflicting notions. Ju’s work is a continuation from his previous ones, as he develops and refers to his original concepts – the introduction of text began with the jar series in 2015. Evidently, Ju is at an experimental stage progressing his work into a different realm. It would be interesting to see how this approach will develop in the future.










<우연의 인연>
2016. 6회 개인전 작가노트
주세균
 
이번 전시의 시작은 추석마다 들르던 할아버지의 산소에서부터 시작한다. 묘소에 가기 전 우리 가족은 늘 국화 송이를 가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성묘를 하고 집으로 내려 오는 길 한 모퉁이에는 작년 혹은 얼마 전 오간 다른 방문객들의 꽃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죽음 후 슬픔은 살아 남은 자들의 몫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던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버려질 이 꽃들은 무슨 이유로, 그리고 언제부터 누군가를 추모하는 상징이 되었는가 하는 질문이 불현듯 생겼다. 특히 국화라는 꽃은 왜 우리에게 애도의 상징이 되었을까?
 
나의 텍스트 항아리 시리즈(<Text Jar>, 2014- )는 텍스트의 원 회전을 통해 상징적인 항아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 우연의 인연에서는 어릴 적 많이 가지고 놀던 밀리터리 디오라마 시리즈 중, 1/35로 축소시킨 군인 피규어를 이용한 작업을 하였다. 전쟁 시에는 죽음과 공포에 가장 가까웠을 군인은 지금 나에겐 놀이의 장난감이 되었다. 어찌되었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장난감들이 나의 감수성을 만들어 주었고, 일상이 지루할 때면 늘 되돌아가는 고향이 되었다. 나에게 전쟁에 대한 인식은 여기서부터 시작하였는지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군인과 국화는 화분 안의 꽃이라는 주제로 만나게 된다. 우연과 우연이 만나면 인연이라고 하였던가? 두 개의 상징들이 만나는 전시 공간에서 화분 안에 담겨 있는 꽃들은 이제 스스로 하나의 새로운 의미가 된다. 화분과 꽃은 어울리는 조합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모를 위한 꽃이 국화인 것은 굉장히 단순하고 우연적인 이유였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당연한 조합이다. 인과관계에서 상관관계로, 우연에서 인연으로. 나는 전시장 내에서 군인 피규어와 국화라는 아무 관계없는 두 개의 의미를 만나게 했다.
 
전시를 준비하던 중, 가장 친한 친구가 운명을 달리한 소식을 들었다. 그 동안 미래에 대해 같은 꿈을 꿨고 그래서 가장 좋아했기에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친구와 작별하러 갔을 때 나는 가장 마지막 손님이었고, 마지막 남은 한 송이의 국화와 마주하게 되었다. 17년 전 아주 우연했던 첫 만남 이후,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Wheel the world>
2014. 4회 개인전 작가노트
주세균
 
 
Tracing drawing seriesText jar series 작업에는 물레라는 공통성이 있다. 모두 원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작업들이다. 물레 위에서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무게 중심으로부터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과 형태를 유지하게끔 하는 제작자의 힘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조금이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흙은 마르면서 그리고 불에서 뒤 틀리거나 터져 버린다. 내가 사는 세상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는 여러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나는 이를 의미의 모호함이나 기준의 불명확성 등의 표현으로 설명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를 이용해서 다른 두 접점이 만드는 조율 혹은 합의의 과정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비슷하지만 다른 패턴을 주제로 작업을 하였다.
 
‘Tracing drawing series’는 세라믹 위에 연필로 국보와 보물 도자기의 이미지를 옮기는 작업이다. 나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부족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백색 도자기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이미지를 환의 형태에 넣게 되는데 하나의 시점으로 만들어지는 이 도자기는 보는 각도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조각 위의 드로잉이 보여 진다. 또한 같은 유물들의 다른 이미지들을 구하여 작품 내에서 서로 결합하는 것은 내가 그동안 진행한 트레싱 드로잉의 기본적인 작품 전개 방법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조율의 과정이 필요하다. 평면의 이미지를 입체에 구겨 넣을 때도 그리고 두 개의 이미지가 입체에서 만날 때도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오래된 전통은 변하기가 어렵다. 나 역시 과거의 여러 유, 무형적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관념들과 기준들을 매일 새롭게 진행되는 현재의 변화에 맞추기는 힘이 들었다. 하지만 현재의 불안함이 미래의 또 다른 전통이 된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전통 또한 과거의 불안함의 과정이기에, 알고 있는 것과 알게 되는 것들 간의 조율은 당연해 보인다.
 
‘Text jar series’ 작품은 내가 정한 영어 문구 알파벳의 회전을 통한 항아리로 전환을 한 작업이다. 단편적인 텍스트의 이미지는 물레에서 일어나는 원운동으로 환의 그릇이 되는데, 이는 수많은 단편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텍스트의 궤적 혹은 생각의 궤적과도 같다. 첫 번째 텍스트는 ‘seasaw'이다. 시소놀이는 몸의 무게와 탄성과 타이밍 등 다양한 힘의 조합을 이용하여 균형을 깨는 놀이이다. 하지만 진행되는 일련의 놀이 과정 중 불균형을 유지하는 균형이 없으면 시소는 멈추고 더 이상 놀이로서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민간어원(folk etymology)에 의하면 시소가 올라갈 때 'see'와 내려갈 때의 'saw', 즉 과거의 봤던 것과 현재의 본 것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의미한다. 본 것과 보는 것, 과거와 현재 등 우리의 일상은 늘 그 사이에 있다. 두 번째 텍스트는 솔로몬의 지혜로 소개되는 아이를 찾는 두 여자에 관련된 구절이다. “Cut the living child in two and give half to one and half to the other." 부모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서 솔로몬이 내린 결정은 현실에서 여러 선택의 문제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의미의 모호함과 기준의 부정합 함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때 지식의 두께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오래된 생각이다. 지혜의 유연함과 조절 능력이 필요한 순간을 생각하며 이 텍스트를 이용하여 지혜를 담은 항아리를 만들었다.
 
 
 
 
 
 
 
 
Fondation d'entreprise Bernardaud
 
Céramique Contemporaine Corénne" (CCC. Contemporary Korean Ceramics) 2016
Born in 1980, lives and works in Gimpo, Gyeonggi Province, Korea
Sekyun Ju questions his identity and role as an artist in his search for authenticity. Abstract art is not concrete enough for him (he studied sculpture at Kookmin University*), preferring, instead, to look to Korea’s past, its values and historical remains, to question what is genuine about his country today. Ceramics is his way of relating to the present. Having discovered his attraction for ceramics, Ju travelled to remote regions of Korea to apprentice himself to different master ceramicists. The fact that skills can be developed and expressions matured through practice is satisfying to Ju.
He draws upon childhood memories of Korean national treasures observed in museums to pay tribute to his country’s rich cultural heritage. At the same time, he reflects upon his training as an artist and the importance accorded to drawing (in Korea, university entrance is determined by an applicant’s draftsmanship), as seen in his Tracing Drawing series. He leaves his pieces unglazed, treating the clay like paper upon which he draws. Drawing on ceramics is his memory of this training. Ju’s video piece, A Family at Dinnertime, reflects upon the type of upbringing he received. It is a typical Korean family scene with the mother as the protector-figure and the father as the official head. Eating together is a kind of a ritual. Ju has held numerous solo and group exhibitions.
Né en 1980, vit et travaille à Gimpo, province du Gyeonggi, Corée.
Sekyun Ju questionne son identité et le rôle de l’artiste dans sa quête de l’authenticité. Pour lui, l’art abstrait n’est pas suffisamment concret (il a étudié la sculpture à l’Université de Kookmin*), et il préfère se tourner vers le passé de la Corée, ses valeurs et ses vestiges historiques, pour s’interroger sur ce que son pays a d’authentique aujourd’hui. La céramique lui permet de se situer par rapport au présent. Après avoir découvert son goût pour ce matériau, Ju s’est rendu dans des régions reculées de la Corée pour faire son apprentissage auprès de grands céramistes. Il trouve sa satisfaction en développant des compétences et des modes d’expression qui mûrissent avec la pratique.
S’inspirant de souvenirs d’enfance les trésors nationaux coréens qu’il a vus dans des musées , il entend rendre hommage au riche patrimoine culturel de son pays. En même temps, il réfléchit sur sa formation artistique et sur l’importance accordée au dessin (en Corée, savoir dessiner est un critère d’entrée à l’université), comme on le voit dans sa série Tracing Drawing. Il crée des pièces non émaillées, traitant le grès blanc comme du papier sur lequel il dessine. Dessiner sur la céramique est le souvenir qu’il garde de sa formation.
Dans la vidéo présentée dans l’exposition, A Family at Dinnertime, il se penche sur le genre d’éducation qu’il a reçu. On y voit une famille coréenne typique où la mère est la figure protectrice et le père le chef officiel du ménage. Manger ensemble est une sorte de rituel.
 
 
 
 
 
 
 
 
 
The Fluidity of signs and the inquiry of meaning 
2015
KANG Mijung (Seoul National University, Advanced Institutes of Convergence Technology; Aesthetics, Art Criticism)
 
 
JU SeKyun, an artist living in Seoul, depicts dinner time he spent with his family at his hometown in Dinner (2015). The family’s ordinary dinner begins with his mother’s prayer, as if it’s a sacred ritual. Then, the camera follows the mother’s hand, which prepares dinner carefully, and the white porcelain tableware filled with food is placed on the table. The scene with the three family members, father, mother, and the artist himself, who are sitting down and sharing food together seems banal, but unfamiliar. What makes the scene special, which at first seems most likely to happen in any Korean family, is the inserted subtitles in the video. Subtitles, such as “mother lights a fire in justice,” or “effort and honesty are kneaded with wholeheartedness,” have no ability to explain to the audience, who do not know the artist’s production process. The subtitles are rather like passwords.
In order to understand the contents of Dinner, it is necessary to look at the way in which the artist produced a series called Text Jar. Ju created circular shapes by revolving the calligraphic form of words that contain certain meaning, such as “effort” or “challenge.” And he fabricated those forms using ceramics. At the time, the shape of each alphabet that composes words determined the overall form of the ceramic piece. The artist placed the different forms of white porcelain tableware, which have different meaning, on the family dining table. For a son who has not been to his hometown for a long time, parents are the incarnation of the past. Like a time machine, dinner with parents allows him to reunite with the past and reminds him of the lessons that he learned at the dinner table in the bygone days. “Live with justice, be defiant, and be honest” Time lost to the past and present memory, universal norms and individual reality, public signs and private meaning are crossed and mixed in Dinner. What made Ju SeKyun well known in the (art) world is Flag Series (2010-2012). The flag works were made out of transformable materials, such as colored sand, graphite powder, and baby power, and some critics even compared Ju’s work to Tibetan monks’ sand mandala since the persistence and patience of a seeker of truth are required in the series. Notional Flag (2011) seems ironic from various points. For example, the strong meaning of national flags that symbolize each country is expressed with powder, which can be easily dispersed. A nation represented with a few colors and shapes that is seemingly physical, however, is in fact no more than a notion. The compositional images that are created for a long duration like a seeker for the truth would be scattered into a heap of dust in an instant. How much universality is there in conventions, norms, and signs that are commonly used in our society? How firm are they? Ju expresses his thoughts: “The many unsettling incidents that l have witnessed in real life undermine the very foundation of what I was taught in the past. It seems that in our society, populated with people burdened by doubt, “meaning” has been shaken and “definitions” have no standards. I can't recall exactly when it began, but I have come to think that the “knowledge” l have about certain “standards” and the “phenomena” of “reality” could hardly be reconciled.” Thus, he began exploring his own system of meaning through projects that express this irony by twisting the already established “standards” or norms.
Traditional ceramics is the main material of Tracing Drawing 68 (2012), which is expressed in a twisted way. The artist collected images of treasure or ceramics with national treasure like qualities from the Internet, and then he drew those images on plain white ceramics with pencil. Even though his drawings are highly accurately, there is still a gap between the shape of the ceramics and the depicted images on the surface. Since the artist collected and combined the images of ceramics from various sources, the drawn images are different from the original ceramic pieces. In addition, since a two-dimensional work is projected onto a round jar, Tracing Drawing 68 becomes a completely new work depending on the angle you look at it from. Despite the fact that the subject matter of Tracing Drawing 68 is very different from the National Flag Series, it still expresses a similar irony and asks almost the same question. If National Flag Series questions the present system, then what Tracing Drawing 68 examines is the tradition from the past. The artist had once pursued traditional ceramics, leaving behind the multilateral contemporary art, to find a more solid meaning. However, he was left with the question, “is the traditional value indeed universal?” Perhaps the intended meaning of both the current system and the past tradition might seem clear since they are social agreements that an individual cannot even determine. But the ways in which the signs function, which are commonly used within a community, in one’s own personal reality is inconsistent that it can be nothing but confusing and ambiguous. The artist might have responded more sensitively to the gap between public norms and private realities that most of people who live in the contemporary would experience. It seems like his experience with obscure social standards made him investigate the significance of meaning, and the system of meaning. The dictionary definition of the words, “meaning,” “standard,” and “justice” were transcribed with baby powder and sand in Ju’s early work, Black Sign Series (2010), which depicts the artist’s interest, or rather obsession with the sign and its signification.
The critical awareness in JU SeKyun’s work can be summarized in tradition and norm, sign and representation, and recognition and misrecognition. According to Ferdinand de Saussur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ignifier and the signified, the two components that make up a sign, is arbitrary. But, a nation as a system, which is represented by a flag and the national treasure No. 68 as regulation, is not as absolute as what we commonly perceive. Saussure defined his semiotics linguistic research as part of social psychology. In the study of psychology, the principle of a particular concept (the signified) being indicated by a particular sign (the signifier) is considered to be derived from social customs. According to this point of view, the authority that signs such as flags and national treasures possess cannot be eternal and will vary depending on time and space. However, the perception that signs or representations that are widely used in society do not have unchangeable values is generated from one’s thought process. Charles S. Peirce proposed the theory of signs, which considered the individual’s interpretation activity in an epistemological dimension. The fact that a sign signifies an object means that it is made known by someone’s interpretation. Even if an established way of interpretation is given, each receiver will infer a different meaning from the identical sign. Moreover, if a social system or custom is innately adaptable, any of the different meanings that each individual perceives cannot be considered wrong. However, the only remaining issue is, how to fix a sign’s fluid meaning, at least temporarily, based on an individual’s own perspective and foundation in society.
The uncertainty of social signification causes imperfection in personal recognition. As Jacques LACAN pointed out, our recognition or understanding is based on misconception or miscomprehension. Optical illusion devices that JU SeKyun frequently uses seem to suggest this recognition’s incompleteness. He introduced this optical illusion trick in his work Notional Flag for the first time, and has used it repeatedly in his following projects. Like Notional Flag, which is made out of actual flags that are distorted, Tracing Drawing 68 resembles the national treasure No. 68 very closely, but is actually altered. The Mugunghwa Patterns series seem to depict traditional ceramic patterns, but indeed, the artist invented it by combining the patterns of rinceau and Mugunhwa (the rose of Sharon). Moon Jar series, which he exhibited at his solo show in 2013, is also based on a gimmick. The moon jar, which has the appearance of white porcelain, was once black ceramic but painted over with white chalk and crayon. The Untitled (Mirror, Inlaid pottery) series also implies the imperfection of human recognition by utilizing mirrors and ceramics to present the entire shape of the ceramic pieces.
In JU SeKyun’s recent work Dinner, he says that unlike earlier projects, which explored public semiotics, he wanted to look into private signification. However, since the beginning, his interest has been connected to personal reality, as much as social norms. Baby power, sand, and chalk, the materials of National Flag Series are all in close contact with the childhood memory of the artist. He stumbled into ceramics in an early age, not only because of his interest in tradition, but also because of his mother, who performs traditional tea ceremony. Cupboard (2015) displays “text receptacles” that represent his personal memory; it seems to be a repetition of his early work created in 2007, My Cupboard, which he produced in pursuance of collecting his own receptacle. While using phrases such as, “finding a point of contact”, or “the process of coordination or agreement,” JU SeKyun has been seeking ways to personalize the enforced meaning of an institutionalized culture. His means are to create a new system of meaning in which the tradition from the past and the present memory, universal norms and individual reality, and public signs and private meaning are weaved. The series Text Jar, which includes the video project Dinner among other pieces, can be a turning point for JU SeKyun’s artistic journey, since it is a work that produces a new system of meaning, unlike projects such as the Flag Series or the Tracing Drawing Series, which imitated or transformed the older system of meaning. To digest the official culture in one’s own private understanding while questioning the communication system of the public realm, and to make his own system of meaning, are topics that the artist has been digging into. I am curious to see the new work of JU SeKyun, an artist who has experimented with quite heavy topics through a broad spectrum of subjects, such as flags, pattern design, ceramics, and calligraphy. The hard work of his hands as demonstrated in installing powder, accurately imitating traditional ceramic patterns, molding tableware based on the shape of texts and more, and his contemplation on the fluidity of signs, which began in college, reveals a diligence that is very much anticipated in his new work in the future.
 
 
 
 
 
 
 
 
 
기호의 유동성과 의미의 천착
강미정 (서울대 융합기술원미학미술비평)

 
주세균의 <Dinner>(2015)는 서울에 사는 작가가 고향의 가족과 함께한 식사시간을 담은 것이다. 평범한 가정의 저녁식사는 마치 신성한 의식(ritual)인양 어머니의 기도로 시작된다. 이어 정성스레 저녁메뉴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손길이 화면에 펼쳐지고 하얀 백자기에 담긴 음식들이 식탁에 놓인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작가 자신, 세 명의 가족이 마주 앉아 음식을 함께 나누는 장면은 평범한듯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여느 한국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식사장면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영상에 삽입된 자막이다. “어머니가 정의감에 불을 붙이셨다,” “노력과 정직함은 정성으로 반죽된다,” 같은 자막은 작가의 영상제작 과정을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 전혀 해설능력을 갖지 못한다. 그것은 오히려 암호에 가깝다.
<Dinner>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Text Jar> 시리즈를 제작한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세균은 ‘effort’‘challenge’처럼 특정한 가치를 담지한 단어의 컬리그래피를 회전시켜 환을 만들고 그 형태를 그대로 도자기로 제작했다. 이때 각 단어를 이루는 알파벳의 부분이 그릇의 전체 형태를 결정하게 된다. 작가는 <Dinner>에서 각 단어의 뜻만큼이나 다른 형태를 지닌 백자기들을 가족식탁에 올린 것이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아들에게 부모는 과거의 화신이다. 부모와의 저녁식사는 마치 타임머신처럼 작가를 과거와 상봉하게 하고 오래전 식탁에서 배웠던 교훈들을 떠올리게 한다.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도전적이어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Dinner>에는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과 현재의 기억, 보편적 규범과 개별적 현실, 그리고 공적인 기호와 사적인 의미가 교차하며 뒤섞여 있다.
주세균을 세상에 알린 작업은 <국기>(2010-2012) 시리즈다. 색모래, 흑연가루, 베이비파우더 같은 가변적인 재료로 만든 만국기 작업은 몇몇 비평가들이 티벳 라마승의 만다라 제작에 비유할 정도로 구도자적 집요함과 끈기를 요하는 것이었다. <Notional Flag>(2011)는 여러 지점에서 아이러니컬해 보인다. 각 나라를 상징하는 깃발의 견고한 의미를 쉽게 흐트러질 가루들로 표현했다는 점, 몇 가지 색상과 도형으로 표상된 국가(nation)가 짐짓 실체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실상 개념(notion)에 불과하다는 점, 오랜 시간을 들여 구도적 자세로 구현한 이미지들이 한순간에 가루더미로 환원된다는 점 등이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관례, 규준, 상징은 얼마나 보편성을 띠는 것일까? 그것들은 얼마나 확고한 것일까? 주세균은 이렇게 술회한다. “현실에서 목격되는 많은 사건들은 기존에 내가 배우고 익힌 다양한 기준의 근거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운 이 사회에서 의미들은 움직이고 정의들(definitions)’은 기준이 없어 보인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대한 지성현실현상이 접점으로 교차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는 기성의 기준또는 규범을 뒤틀어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그 자신만의 의미체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Tracing Drawing 68>(2012)은 전통 도자를 소재로 한 비틀기 작업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채취한 보물이나 국보급 도자기의 이미지들을 하얀 자기 위에 연필로 베껴 넣었다. 그의 드로잉이 고도의 정밀묘사였음에도 자기의 형태와 표면 이미지 사이엔 괴리가 생긴다. 애초에 <Tracing Drawing 68>의 제작을 위해 작가가 여러 출처에서 도자기 사진을 수집하여 조합했기 때문에 베껴진 이미지는 원작의 외관과 다소 거리가 있다. 또한 둥근 항아리에 평편한 이미지를 투사한 결과, <Tracing Drawing 68>은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으로 지각된다. <Tracing Drawing 68>은 소재가 매우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국기>와 매우 유사한 아이러니를 빚어내고 거의 동일한 질문을 제기한다. <국기>에서 의문시했던 것이 현행의 제도였다면, 이번엔 과거의 전통이다. 작가는 더 견고한 가치를 찾아 다변적인 현대미술을 등지고 전통 도예로 향했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건 전통적 가치는 과연 보편적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현행 제도나 과거 전통 모두 개인이 좌우할 수 없는 사회적 규약이기에 그 의미가 명확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공동체 안에서 통용되는 기호가 개인적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이 경험하는 공적 규범과 사적 현실의 괴리에 작가는 더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사회적 의미 규준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의미와 의미체계 자체에 대한 천착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의미,’ ‘기준,’ ‘정의의 사전적 정의를 베이비파우더와 모래를 이용하여 전사한 2010년의 <Black Sign> 시리즈는 기호와 의미작용에 대한 그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잘 드러낸 초기작이다.
주세균 작업의 문제의식은 전통과 규준, 기호와 재현, 인식과 오인(misrecognition)으로 압축할 수 있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말대로 하나의 기호를 구성하는 두 요소 즉 기표와 기의의 결합이 자의적이라면(arbitrary), 국기로 대표되는 국가라는 제도나 국보 제68번이라는 규정은 우리가 가진 통념만큼 그렇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소쉬르는 자신의 기호학적 언어학 연구를 사회심리학의 한 부분으로 규정했다. 이 심리학적 학문에선 특정한 개념(기의)이 특정한 소리(기표)에 의해 지시되는 원리가 사회적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간주된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국기나 국보라는 기호가 지닌 권위는 영원할 수 없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호나 재현이 불변의 가치를 담지하고 있진 않다는 판단은 개인적 사고과정에서 발생한다. 찰스 S. 퍼스는 인식론적 차원에서 개별적 해석활동을 고려한 기호이론을 제시하였다. 하나의 기호가 어떤 대상을 지시한다는 사실은 누군가의 해석에 의해 알려지는 것이다. 관습적 해석방식이 주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기호에 대해 각 사람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똑같을 수 없다. 더욱이 사회적 제도나 관례가 본래 유동적인 것이라면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받아들인 의미를 마냥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다. 다만 사회 내 존재로서 개인이 어느 시점에 어떤 근거에서 유동하는 기호의 의미를 일시적으로나마 정박시키느냐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사회적 의미작용의 불확정성은 개인적 인식의 불완전성을 초래한다. 자크 라캉이 잘 지적했듯이 우리의 인식 또는 이해는 기본적으로 오인 내지는 오해에 기초한다. 주세균이 자주 활용하는 착시 유도 장치는 이러한 인식의 불완전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는 <Notional Flag>에서 시작된 착시 유도 트릭을 후속 작업에서 거듭 사용하고 있다. 국기처럼 보이나 실제 국기를 왜곡시킨 <Notional Flag>처럼 <Tracing Drawing 68>는 국보 제68호와 꼭 닮은 듯하지만 실제로는 변형되어 있다. <무궁화 패턴>시리즈는 마치 전통 도자기 문양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초문과 무궁화를 혼합하여 작가가 창안한 것이다. 2013년 개인전에서 전시한 <Moon Jar> 시리즈 역시 눈속임에 기초하고 있다. 마치 백자처럼 보이는 달항아리는 실제로 흑자의 표면을 흰 분필과 크레용으로 칠한 것이다. 거울을 이용하여 그릇의 부분으로 전체 형상을 표현한 <Untitled (Mirror, Inlaid pottery)>(2014) 시리즈 역시 인간의 불완전한 인식 기제를 암시한다.
주세균은 근작 <Dinner>에서 종전과 달리 공적인 기호체계보다 사적인 의미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의 관심은 처음부터 사회적 규준 못지않게 개인적 현실에 닿아 있었다. <국기> 시리즈의 재료인 베이비파우더, 모래, 분필은 모두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과 밀착되어 있다. 그가 일찍이 도예에 발을 들인 데는 전통에 대한 관심 외에 다도를 하시는 어머니의 영향도 한몫 했다. 작가 개인의 기억이 재현된 텍스트 그릇들이 진열된 <Cupboard>(2015)2007년 자신만의 그릇들을 수집하기 위해 제작한 <My Cupboard>의 반복처럼 보인다.
주세균은 접점 찾기,” “조율 또는 합의과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공식화된 문화가 강요하는 의미를 개인화하는 방식을 모색해 왔다. 그 방식은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기억, 보편적 규범과 개별적 현실, 또는 공적인 기호와 사적인 의미를 함께 엮어 새로운 의미체계를 제시하는 쪽을 향하고 있다. <Dinner> 등 영상작업을 포함한 <Text Jar> 시리즈는 종전의 <국기> 시리즈나 <Tracing Drawing> 시리즈에서 했던 기성 의미체계의 모방 및 변형작업과는 달리, 그야말로 새로운 의미체계의 생산작업이기 때문에 주세균의 예술 노정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공적 영역의 소통체계에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공식 문화를 개인적 의미세계 안에서 소화하기, 더 나아가 자신만의 의미체계 만들기는 작가가 이제껏 천착해온 화두였다. 이처럼 묵직한 화두를 국기, 패턴디자인, 도예, 컬리그래피의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들을 통해 실험해온 주세균이 <Text Jar> 시리즈 이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파우더 설치나 전통 도자문양의 정밀한 모방, 텍스트를 형상화한 그릇빚기 등에서 보여준 수공의 노고와 학부 시절부터 씨름해온 유동하는 기호에 대한 사유에서 작가의 성실성이 진하게 전해지기에 앞으로 보여줄 그의 작업이 자못 기대가 된다.
 

 





 
 
 
 
New Grammar of Representation to Shed Determined Representations 
2015
By Ban Ejung, Art Critic
 
 
Ju Se-kyun’s work seems to have taken three directions. First, in 2010 Ju began two-dimensional work illustrating the national flags of many countries in full color by elaborately spreading colored powder on the floor. Then in 2012 he began creating three-dimensional work where he depicted Goryeo and Joseon ceramics that are on a par with national treasures with pencil and chalk on the surfaces of the ceramics without any design. Finally, in 2014 he began working on two-dimensional and three-dimensional pieces like Text Jar where he transformed words and sentences into cylindrical receptacles, telling a visual joke. It is both a two and three-dimensional work in that it juxtaposes texts and objects together. He also creates works like Untitled (2014) that do not fall into the three sections described above but pursues their common purpose in that they employ the “technique of arbitrary representation.”
 
His works, classified into the three categories as mentioned above, seem to make a foray into new grammar for a representation beyond the conventional. There are many pieces featuring pareidolia, a cognitive habit of discovering faces in irrelevant objects. Also noteworthy is that all of his works involve ceramics, save for his national flags with created with colored sand on the floor.
 
He often used ceramic in pieces he produced during his fine arts college days and wheel-thrown receptacles with bilateral symmetry were used for My Cupboard (2007). Considering that Picterrorgram (picto+error+telegram)(2009), a piece he created during his college years, is a work deconstructing determined signs, Ju’s present aesthetics seem to have been developing for many years
 
In National Flag (2010) and Notional Flag (2011), he applies uniformly thin layers of colored sand to the designs of national flags from around the world. Before I heard any description, I thought Notional Flag was a representation of flags of all nations and believed the word “Notional” had been mistakenly typed. I think many viewers thought as I did. National flags are images familiar to all. In this work, however, they are “fake flags” and designs created through an arbitrary recombination. This pun replacing “a” with “o” presents the meaningful purpose of his work.
 
In Tracing Drawing, the artist traces images of ceramics with pencil and chalk on the surfaces of plain, imageless ceramics he made. The key point of this work is that it was completed by employing an optical illusion. As in Notional Flag, he disturbs flags imagery through the arbitrary modification of actual flags in part. In Tracing Drawing, he created images of modified Goryeo blue celadon and Joseon white porcelain on the surfaces of three-dimensional ceramic ware. These new images are deformed bodies reacting to the media environment of our time in which artists are able to create variables with ease.
 
Be it Notional Flag or Tracing Drawing, the two series seem to pursue the deconstruction of the symbol system. The artist suggests that patterns are worshipped by the general public as an eternal value. National flags carefully shaped with colored powder on the floor, over a period of more than 10 hours, can become a heap of meaningless dust in moments. This performance, reducing flags of all nations into a heap of powder, allows viewers a subtle catharsis, reminding them of the finitude of visual art.
 
In Tracing Drawing, he seems to delightfully deconstruct the permanence and invariability of relics and the process of making ceramics (whose forms and colors are gained through the complicated process of modeling, drying, biscuit firing, coloring, and glaze firing) with only chalk and pencil. Although visual art is usually dominated by an attempt to imitate the real, artists cannot truly achieve the real however elaborate their imitation may be. The performance of disappearing flags in Notional Flag and flags formed with powder in National Flag seem to be a remainder of vanitas, a type of still life or a satire on the finitude of visual art. These works by Ju, completed before 2015, display a process exploring new grammar for representation and a desire to deconstruct unwavering icons of representation. It’s amazing that the materials of the two pieces are unfixed colored sand, chalk and pencil despite their high degree of completion.
 
Ju’s new works won the title of “interior.” Dinner is a video work documenting the scene in which Ju is reunited with his family members who live far apart and have dinner together. This work can be seen as an extension of the aesthetics in Text Jar which he completed a year ago. The video is subtitled with statements such as “The mother spreads honesty over effort,” and “Diligence, effort, harmony, honesty, will, and patience are served on the table for dinner.” These significant words including such subtitles refer to the “values” he held with his family while growing up. In the work principle of Text Jar, in which he made receptacles with formless figures deriving from the revolving of words, he transforms words included in his talks with his parents at the dining table, such as “effort,” “honesty,” “careful attention,” and others into tableware containing food. He reunites his family with modified utensils on the table.
 
The video Dinner comes to an end with a scene of putting tableware away in a cupboard after washing the dishes. The cupboard looks like a reliquary. The utensils kept in the cupboard are perhaps seen as indecipherable ceramics made based on a weird preference. Values, such as “challenge,” “consideration,” “diligence,” and “effort” that Ju’s family exchanged for decades and these utensils contain, can be fully interpreted among by his family members.
 
The modified flags of Notional Flag may not be distinguished by outsiders who are only familiar with determined patterns because the modified patterns have come from the distinctive idea of the artist who tries to cope with determined patterns (original flags). In this sense, Dinner is the result of his constant concern for a community familiar with the confirmed patterns or his self-confession.
 
 
 
 
 
 

 
 
 
확정된 재현을 허무는, 재현의 새 문법
반이정 미술평론가
 
 
주세균의 작업은 크게 세부분으로 전개된 것처럼 보였다.
하나. 바닥면에 색분말을 정교하게 살포해서 여러 나라의 국기를 총천연색으로 재현하는 평면 작업. 2010년 시작되었다.
. 민무늬 도자기를 만든 후 도기 표면에 연필(검정)이나 분필(분필)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국보급 도자기의 외관을 흑백으로 재현하는 입체작업. 2012년 시작되었다.
. 메시지를 담은 단어나 문장을 원통형 용기처럼 변형시켜서 시각적 농담을 던지는 작업. <Text Jar>가 여기에 해당할 것 같다. 텍스트와 오브제가 나란히 제시되어 완성되는 점에서 평면+입체가 병행된 작업 쯤 될 것 같다. 2014년 시작되었다.
그 외에 <무제>(2014)처럼 마땅히 세부분 중 어디에 넣을 순 없으나, ‘자의적인 재현술을 구사하는 점에서 세부분의 공통된 취지를 따르는 작업도 틈틈 발표했다.
세 양상으로 구분한 위의 작업들은 인습적인 재현 너머로 새로운 재현의 문법을 발견하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더러 서로 무관한 두 개의 대상 사이에서 시각적 유비를 찾는 인지 능력, 파레이돌리아Pareidolia의 재치가 깃든 작업도 많았다. 한데 색모래를 바닥에 떨어뜨려 정교하게 쌓아 여러 나라의 국기를 만든 작업을 빼면 모조리 작업에 도자기가 출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그가 미대 재학시절 제작한 작업에도 현재 자주 출현하는 도자기, 혹은 물레작업으로 만든 좌우대칭의 원통형 용기들이 <My cupboard>(2007)에서 나온 바 있다. 아울러 학창시절 만든 <픽테러그램 Picterrorgram :picto+error+telegram>(2009)이 세상에서 유통되는 확정된 기호를 해체하는 작업인 점을 감안하면, 주세균의 현재 미학은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국기 디자인을 맨바닥에 작도한 후에, 그 위로 색모래를 균질한 두께로 얇게 도포한 작업이 <National Flag>(2010) 혹은 <Notional Flag>(2011)이다. 나는 설명을 듣기 전까지 <Notional Flag>이 만국기의 이미지를 동일하게 재현한 것이라 생각했으며, 작품 제목으로 적은 NotionalNational의 오타일 거라 무심히 믿었다. 아마 나처럼 믿은 관객이 많으리라 본다. 그 만큼 만국기 디자인은 애써 오류를 살필 필요가 없는, 만인에게 합의된 기호다. 그런데 사정을 듣자하니 세계 각국 국기들에서 흔히 사용되는 도안을 임의적으로 재조합해서 만든 가짜 만국기였다. ao로 교체한 이 언어유희는 공교롭게 <개념적인 국기>라는 의미심장한 제작 취지까지 담고 말았다.
<Tracing Drawing>은 작가가 직접 주조한 민무늬 도자기 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은 국보급 유물 도자기들의 사진을 토대로 민무늬 도자기의 표면에 연필 혹은 분필로 유사하게 옮긴 작업이다. 이 작업의 포인트는 입체(도자기) 위에 음영이나 원근감 같은 평면회화의 착시 기술을 입혀서 완성했다는 데에 있다. <Notional Flag>가 실제 만국기의 이미지에서 일부를 자의적으로 수정해서 전혀 의미 없는 기호를 만들어서, 만국기라는 합의된 기호를 교란시킨 것처럼, <Tracing Drawing>연작은 3차원의 도자기 위에 분필과 연필로 2차원적 재현을 입힘으로써, 실제 모델이 된 고려시대 청자와 조선시대 백자와는 전혀 상이한 작품을 낳았는데, 이는 대상을 쉽게 가변시킬 수 있는 동시대 매체 환경과 조율하는 변형체인 셈이다.
때문에 <Notional Flag>이건 <Tracing Drawing>이건, 두 연작 모두 세간에서 영구불변한 가치로 숭앙되는 기호체계-작가는 이것을 패턴이란 용어로 표현하는 것 같다-를 해체하는 논리를 따르는 점에서 같다. 실제 만국기의 디자인을 교란시킨 <Notional Flag>의 초안 쯤 될 <National Flag>에선 10시간 넘게 바닥에 내밀하게 쌓은 분말 국기들을 단숨에 쓸어내어 결국 가루 더미로 반전시키는 결말이 나오는데, 어렵게 완성한 만국기가 한줌의 모래먼지로 환원되는 이 퍼포먼스는 묘한 시각적 후련함을 안긴다. 그리고 시각예술의 유한성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같은 이치로 <Tracing Drawing> 역시 주형, 유약, 건조, 초벌, 채색, 재벌 같은 복잡한 절차를 통해 형태와 무늬를 얻었을 선대의 도자기 제작 공정을, 분필과 연필로 신속하게 모방한 점에서 유물을 둘러싼 영구불변성을 유쾌하게 해체한다. 시각예술의 생리는 실제를 모방하는 것인 바, 제 아무리 정교하게 완성해도 결국 실제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림자만 제시하는 한계를 갖는 법이다. 한낱 가루 더미로 사라진 <National Flag>의 퍼포먼스나, <Notional Flag>마저 결국 가루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바니타스 정물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시각예술의 한시성을 풍자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점 때문에 <Notional Flag><Tracing Drawing>같은 2015년 이전에 완성된 주세균의 대표작은 재현의 새 문법을 찾는 과정 혹은 확고부동한 재현 아이콘을 해체하는 미적 태도를 보여준다. 놀라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Notional Flag><Tracing Drawing>을 만든 재료가 고작 정착되지 않는 색모래 분필 연필인 점이 놀랍다.
주세균의 신작은 인테리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Dinner>는 주세균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과 만나 저녁식사를 나누는 장면을 기록한 영상물이다. 이 작업은 한 해전에 완성한 <Text Jar>의 미학이 영상 작업으로 연장된 경우일 것이다. 영상에는 어머니가 노력 위에 정직함을 뿌리셨다.”거나 저녁식사 시간 테이블 위에 근면함과 노력 조화 정직함 의지 그리고 인내력이 올라간다.”와 같은 자막이 나온다. 자막 속에 포함된 이 의미심장한 단어들은 주세균이 성장하면서 가족들과 식사 시간에 주고받은 가치관들을 단어로 옮긴 것이다. 단어를 회전시켰을 때 나오는 무정형의 도형을 용기로 제작했던 <Text Jar>의 제작 원리처럼, 주세균은 신작에서 노력’ ‘정직함’ ‘정성’...등 성장기에 부모와 식탁에서 나눈 대화 가운데 삶의 지침이 된 단어를 음식을 담는 식기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변형된 식기들에 음식을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 가족과 재회했다.
<Dinner>는 저녁 식사를 모두 마치고 음식을 담은 식기를 씻어 찬장에 수납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화면이 보여주는 무정형 식기들이 보관된 찬장의 모습은 성유물함처럼 신성해 보인다. 찬장에 보관된 무정형 식기들은 외부인의 눈에는 판독이 불가능한 괴이한 취향의 도기들일 뿐일 게다. 주세균의 가족이 수십 년간 식탁 위에서 주고받은 도전’ ‘배려’ ‘근면’ ‘노력’.... 같은 가치관이 기입된 만큼, 이 괴이한 식기들이 담고 있는 가치관의 비중은 주세균의 가족, 그 내부에서만 온전히 해석될 것이다.
만국기의 원형 이미지를 수정한 <Notional Flag>속 변형된 국기들은 확정된 패턴에 익숙해진 외부인에게는 쉽게 식별되지 않을 게다. 원형과 변형 사이의 차이점은 확정된 패턴(원형 국기)에 대처하기로 의식한 이(작가)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니까. 그런 점에서 신작 <Dinner>는 확정된 패턴에 익숙해지는 공동체를 향한 주세균의 지속적인 관심이, 작가 개인의 내면을 향해서 완성한 결과 혹은 자기고백 같기도 하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주세균의 Wheel the world전에 부쳐 2014
 
박남희(미술비평)
 
주세균은 시각예술에서 모방과 변형의 본질적 표현과 인식의 관계를 다양한 매체로 실험해왔다. 만국기, 세계지도, 무궁화, 달 항아리 등의 기존에 존재하는 익숙한 이미지의 재현을 통해 그는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기억 사이의 경계를 사유케 한다. 그를 널리 알린 이 모래 설치 작업들은 초기작 <Black Book>(2008), <My Cupboard>(2008), <Opaque Book>(2009) 등과 이번 Wheel the world(2014.04.04-05.03,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전의 <Tracing drawing series>, <Text jar series> 사이에 제작된 것들이다. 그의 작품들이 널리 주목 받게 된 것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던 간에 익숙한 사실 이미지와 빗나간 실체적 기억의 위트있는 비틀림에 있다. 이 같은 작가의 독특한 조형어법은 인간의 지각과 기억 그리고 재현이 다층적 관계성과 이에 개입하는 시간과 반복 그리고 물질성에 대한 충분한 숙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Tracing drawing series><Text jar series>2012<Moon Jar>로 시작된 기() 작업들로부터 확장된 것이라는 데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작가에게 기()를 만드는 행위로서 물레작업은 스스로 현실에서 경험하는 균형에 대한 요구와 실천에 대한 체험적 과정이다. 동시대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의미의 모호함이나 기준의 불명확성이 특징인 시대이다. 작가에 따르면 이 같은 시대적 지평을 구조화하는 행위가 바로 물레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전의 모래 설치작업에서 만다라를 형상화하는 수도승처럼 쭈그려 앉아 이미지를 재현했던 행위와도 같이 물레를 차는 일은 반복되는 회전력에 따라 균형을 맞추는 또 다른 형태의 수행인지도 모른다. 거의 동일한 속도로 이전 순간의 기억이 다음 순간에 의해 덧씌워지며,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얽히고 그 간극마저 사라져 하나의 기형(器型)으로 완결된다. 그렇게 기인한 도자기들은 각각 다른 방식의 작업들로 구조화된다. , <Tracing drawing series>는 기억과 이미지의 재현적 관계성으로, <Text jar series>는 텍스트의 이미지 형상화로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Tracing drawing series>, 기억과 이미지 재현의 간극
 지금으로서는 보는 자가 보이는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자신이 보이는 것에 의해 소유될 때에만, 자신이 보이는 것에 속할 때에만, 자신이 원칙적으로 시선과 사물들의 접속(articulation)에 의해 지시된 바에 따라, 보이는 것들 가운데 하나인 자신이 기이한 역전에 의해, 보이는 것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질 때만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모리스 메를로-퐁티, 남수인 최의영 옮김, “얽힘-교차”,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동문선, 2004, 191)
 
작가는 <Tracing drawing series>를 세라믹 위에 연필로 국보와 보물 도자기의 이미지를 옮기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물레를 차서 도자기를 만들고 이 위에 드로잉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희미한 기억의 파편들처럼 백색의 도자기 위에 연필 드로잉을 만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단서라서 무엇보다 친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로잉들은 모두 재현된 형상성과 이미지의 의도적 불완전성에 놓여있다. 예컨대 국보나 보물 도자기 표현의 이미지는 19세기이전 한국의 시공(時空)21세기 지금, 여기의 재현의 얽힘과 교차가 구조화된 것이다. 과거 언젠가 보았던 기억 속의 이미지처럼, 일부는 정확히 다른 일부는 텅 비어 있거나 다른 맥락의 이미지가 제시된다. 결과적으로 핀트가 맞지 않은 판화작업처럼 미숙하거나 미완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이미지 재현은 인식과 기억 사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간극을 구체화하여 보여준다. 앙리 베르그송이 물질과 기억에서 기억이 과거의 이미지로부터 계속되는 것을 전제할 때, 기억 이미지들은 현재의 지각과 혼합되거나 그것을 대신한다.”고 한 것과 같이 그의 작업 역시 이미지와 지각 그리고 재현의 그 혼성적 과정을 보여준다.
 
<Text jar series> , 문자가 녹아 든 이미지 형상화
 <Tracing drawing series>가 이미지 드로잉을 통해 재현의 간극을 드러낸다면, <Text jar series>는 텍스트를 녹여낸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정한 영어 문구의 낱 글자에 회전을 주어 이미지화 하고 이를 입체적인 항아리로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 과정을 단편적인 텍스트의 이미지는 물레에서 일어나는 원운동으로 환의 그릇이 되는데, 이는 수많은 단편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텍스트의 궤적 혹은 생각의 궤적과도 같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물질과 생각의 운동과정이 혼성적으로 결합된 오브제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텍스트의 선정은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작가는 두 개의 텍스트를 선정하였는데, “seasaw” . “Cut the living child in two and give half to one and half to the other."가 그것이다. 첫 번째 시소(seasaw)”는 시소 놀이에서의 힘의 균형과 보는 것과 보았던 것의 시간적 차이의 균형에 관한 반복적 인지와 체화가 압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소거의 봤던 것과 현재의 본 것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의미한다. 본 것과 보는 것, 과거와 현재 등 우리의 일상은 늘 그 사이에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이미지화 한 것이다. 두 번째 텍스트는 유명한 솔로몬왕의 지혜를 보여주는 핵심적 구절이다. “Cut the living child in two and give half to one and half to the other."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아내고자 솔로몬왕이 내린 결정은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는 가장 극단적이 판결이었는데, 작가는 여기서 현명함의 선택과 결단의 상징적 행위로 수용하고 이를 사유의 과정으로 도입한 것이다. 작가는 이 판결문의 낱글자들을 회전시켜 이미지화하고 이를 다시 도자기로 오브제화하여, 궁극적으로 원래의 텍스트와 결과물 사이에서 시각적 유사성은 거의 발견할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지혜의 유연함과 조절 능력이 필요한 순간을 생각하며 이 텍스트를 이용하여 지혜를 담은 항아리를 만들었다.”며 작업의 의도를 밝혔다.
 
이처럼 작가는 자신의 사유와 시각적 행위를 혼성적으로 재현 또는 오브제화는 작업을 통해 작업에 내재하는 연속적인 사유과정과 물질적 형상화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기억 또는 기록으로 이어가고 있다. 대상의 인식의 문제가 대상 자체가 아니라 주체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며, 시간 역시 투사된 각도와 추이에 의해 절대적 관점은 지속적으로 연기되는 것일 뿐이다. 다만 늘 그 선택과 행위의 순간에서의 관계망에 의해 의미와 위치를 인지하고 확장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한다.
 
 
 
 
 
 
 
 
 
<Artist's Statment- Gyeonggi International Ceramic Biennale 2013>
 
Many unsettling incidents l have witnessed in real life undermine the very foundation of what I was taught in the past. It seems that in our society, populated with people burdened by doubt, 'meanings' have been shaken and 'definitions' have no standards. I can't recall exactly when it began, but I came to think that the knowledge l possessed about certain standards and the phenomena of reality could hardly converge. I work by contemplating what I have thus far believed to be a fixed standard and distort the various meeting points of that standard, creating out of those points variable characteristics. Essentially l challenge the foundations of the things that l know through transformation and imitation.
'Imitation' in my work is especially visible in the tracing drawing series. For the series I looked at valuable relics and ceramics considered national treasures and drew their images on white porcelain with a pencil. Ceramics connect with traditions, and traditions exist based on fixed standards .
Drawing the meeting points of art with tradition and tradition with commonly held standards is for me like venturing deeper inside the dynamics of all of these things at once. Of course perfect imitation is impossible given that a two-dimensional flat object is being applied to a third-dimensional round figure. This inability for perfect imitation is also a kind of symbol of the uncomfortable irony that the ever changing present represents the tradition of the future. My works thus express my own obsession with a continuously changing society fraught with dangerous standards.
 
 
 
 
 
 

 
2013 7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 Discourse & Criticism 2013
상징을 탈/상징화하다_주세균
안소연 | 미술비평
 
상징(symbol)”은 일반적으로 해석의 합의를 얻어낸 권위 있는 기호(signs)”로 작동한다. 기호학자 조나단 컬러(Jonathan Culler)가 말한 것처럼, “기호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의미를 가진 형식이다. 때문에 컬러는 기호가 어떻게 구성되는가(framing)를 사회적 요인과 관련해 분석했다. 일찍이 기호학적 토대에서, 퍼스(Charles Sanders Peirce)는 기호 유형을 철저하게 구분하고자 했다. 그 중 도상(icon), 지표(index), 상징(symbol)은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다. 퍼스의 설명에 따르면, 그 중 상징적 기호는 해석 행위 없이 절대 기호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때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상징해석은 기호-대상-의미 상호 관계에 있어서 관습적 규칙에 의해 가능해진다. 이로써 상징적 기호는 보통 한 문화 내에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관습적 기호로 작용하곤 한다.
그러한 관습적 기호로써의 상징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주제와 맞물려 탐구되어 왔다. 일례로, 아이웨이웨이(Ai Wei Wei)<해바라기 씨들 Sunflower Seeds>(2010)을 통해, 중국 내에서 상징적 기호로 작동하는 해바라기 씨를 중국 전통 도자 기법으로 제작하여 국제미술계 속에서 그 기호가 지닌 사회문화적 차이를 강조했다. 한편 이란 출신의 작가 쉬린 네샤트(Shirin Neshat)는 국제사회에서 폐쇄된 이란 여성에 대한 상징적 기호들을 통해 성종교문화적 해석의 차이를 폭로했다. 이처럼 사회문화적 관습에 의해 구성된 상징 기호는 그 유효한 해석의 경계를 넘는 순간, 수많은 오인과 왜곡된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7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특별전 [핫 루키스: 역설의 미학 HOT ROOKIES: Paradoxical Aesthetics]에 참여한 주세균은 전통에 대한 상징해석에 주목한다. 특히 <트레이싱 드로잉 Tracing Drawing>(2012-2013) 연작은 유물로서의 도자가 지닌 상징적 형태에 주목한다. 작가는 <트레이싱 드로잉> 연작을 통해, 국보(國寶)로 지정된 도자기의 사진에서 얻어낸 정보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전통에 대한 상징적 정의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상징_형태
주세균의 <트레이싱 드로잉> 제작 과정은 도자기 유물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세균은 인터넷 정보 검색 사이트를 통해 국보급 도자기를 검색하면서 도자기 유물 사진을 수집한다. 수집된 2차원적 사진 정보에만 의존한 채 작가는 크기와 형태를 어림하여 양식적 대표성을 띤 백자를 제작한다. 그렇게 성형한 백자 표면 위에 자신이 참조한 사진 속 전통 문양을 연필로 모사한다. 전통을 모사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작업은, 몇 가지 역설적인 장치들을 거치면서 전통을 왜곡시키는 반대의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정확한 정보가 생략된 채, 상하좌우 그 형태를 이해하는데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위치에서의 제한적 사진 이미지는 전형적인 박물관 유물 전시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유물로써 백자가 암묵적으로 지니고 있는 형태와 재료의 상징적 권위에도 불구하고, 주세균이 성형한 이 백자들은 올바른 형태가 아닌 왜곡된 형태라는 점에서 상징 기호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드러낸다. 국보에 대한 2차원적 사진 정보는 국보 그 자체가 지닌 상징적 권위를 과시하는 듯하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모사하고 계승하고 유지하는 개인에 의해 3차원적으로 재현된 형태들은 대상이 지닌 완고한 형태를 극단적으로 오염시킨다. 게다가 백자 위에 장인(master)들이 그려낸 문양들 또한 하나의 상징적 기호로 인식되지만, 그것 역시 연필 뎃생에 불과한 것으로 모사되면서 영구적이지 못하고 불완전함을 나타낸다. 주세균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우리가 믿어 왔던 전통의 확고한 형태와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조각을 전공한 주세균은 동시대미술의 지나치게 민감하고 폭력적인 변화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당시에는 전통을 고수한다고 믿었던 도예에 관심을 가졌다. 유행에 민감한 동시대 미술의 빠른 변화를 그는 매우 폭력적인 것으로 인식했다. 그때부터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이 생겼다. 도예야말로 전통적 형태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한 후, 그는 도자 공방에 들어가 스스로를 훈련시켰다. 초기 작업에 해당하는 <나의 찬장 My Cupboard>(2008)은 그가 얼마나 전형적인 형태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가졌는지 짐작케 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그는 불투명한 캐비닛 속에 실루엣만 남은 최후의 형태(form/shape)”들을 강박적으로 고정시켰다. 일회용기(), 전통도자기(), 실험기기() 등 그는 무엇이나 그 형태에 맞게 담아 낼 수 있는 확고한 형태의 그릇을 만들었다. 같은 해에 제작한 <검은 책 Black Book>(2008)에서, 그는 더욱 형태에 주목하는 태도를 보인다. 캐릭터 스티커에서 채색된 그림들이 외부의 어떤 영향들로 모조리 지워진 후, 실루엣처럼 틀과 같이 형태만 남은 것을 보고 작가는 의미 있는 형태의 진실성을 의심했다. 형태만 남은 스티커는 아무 개연성 없이 하나의 책을 이루는데, 더 이상 읽을 수도 기능하지도 않는다. 이때 주세균은 읽을 수 없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우연한 경험에서 비롯된 이 생각은 형태(상징기호)”의미간의 느슨해진 틈을 스스로 인식하게 했다. 작가는 예전부터 책(사회화된 언어)이 주는 정보에 대해 항상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리라고 믿어왔던 그 정의는 (현실) 사회에서 번번히 왜곡되고, 충돌하고, 지워졌다. 진리, 정의, 역사, 전통 등 그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신뢰했던 상징적 형태들을 결국 하나로 묶을 수 없고, 통합해서 인식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더구나 그것이 번역되어 전달될 경우, 이미 그 확고한 형태는 오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또 다시 묻는다. “의미가 지워진 형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 대답은 <픽테러그램 Picterrorgram(picto+error+telegram)>(2009)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해독 가능한 각종 사회적 기호들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작가는 더 이상 우리의 보편적인 지각 방식을 테스트하려 하지 않는다. 미세한 오류와 연쇄하는 구조를 통해 우리는 이 사회적 기호들의 절대적인 상징을 의심하기도 하고, 그 해석의 미끄러짐에도 불구하고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가가 제시한 이 픽테러그램 자체가 애초에 모순(error)을 지닌 기호(picture)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초기부터 가졌던 형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이러한 역설적인 과정을 통해 형태에 대한 의미의 해방을 불러왔다.
상징_의미
<픽테러그램> 이후, 주세균은 <검은 기호 Black Sign>(2010) 연작에서 모래라는 고정시키기 힘든 재료를 사용해서 노골적으로 기호의 불완전성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캐스팅 한 조각을 바닥에 세워서 그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를 할 때, 그 주변에 흔적처럼 떨어진 가루들에 주목했다. 완성된 조각을 옮기고 나면 바닥에는 으레 완성된 형태에서 떨어져 나온 가루들이 그 외곽 경계선을 따라 수북이 쌓이게 된다. 이는 형태를 만들고 남은 흔적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작업은 형태를 인식하는 시각에 대한 일종의 전복적인 태도로써, 형태를 구성하는 틀을 또 다른 맥락에서 재인식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 연속선에서 <검은 기호> 연작은 어떠한 단어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모래로 새겨 넣었다. 해운대에서 자란 작가에게 모래는 곧 허물어질 모래성에 대한 기억과 거대한 바위에서 부셔져 나온 고운 가루에 지나지 않는다. 모래는 그에게 불완전한 재료다.
2011년 색모래로 제작한 <노셔널 국기 연작 Notional Flag Series>에서 작가는 일반적으로 국기에 자주 사용되는 도상과 색, 기하학적 패턴들을 수집해서 인위적으로 조합한 후, 존재하지 않는 국기 130개를 제작했다. 형태와 언어를 하나의 상징적 기호로 탐구해 왔던 주세균은 국기를 소재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낸 상징적 권위를 시각적으로 표상해보고자 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국기는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기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작가의 숙련된 노동에 의해 힘겹게 만들어진 모조 국기는 모래성처럼 사라질 위태로운 형태라는 점에서 현실 속 상징 기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임의로 이미지를 조합하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그는 현실에 존재하는 국기를 우연히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계를 알기는 힘들다. 이에 대해 작가가 직접 언급한 말을 인용해 본다.
 
변형작업의 시작은 기존의 기준과 정의를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내 생각에 우리들은 비연속적 패턴위에서 살아간다고 생각을 한다. 교육을 통해서 여러 기준들과 정의를 배워 나가지만 실재 현실에 이러한 문법은 잦은 오류를 낸다. 나의 어린 시절은 이런 현실에서의 문법 오류를 재조정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자연스럽게 나는 이런 불완전성을 국기와 모래라는 재료로 작업을 풀어내게 되는데, <노셔널 국기 Notional Flag> 시리즈는 가장 최근에 진행을 하고 있는 대표적 작업이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국기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현실과 닮아 있는 또 다른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국기들은 모든 심벌들을 어떠한 기준과 조건 없이 수평적으로 놓은 상태에서 실재와 닮는 것을 기준으로 섞어서 만들어 지게 된다. 끊임없이 확장하고 무한의 결과물이 만들어 진다. [주세균의 작가노트 중에서]
 
  전통적인 도자 형태, 언어, 국기 등의 상징적 권위에 대한 작가의 의심은 패턴작업으로 이어졌다. 이는 미술을 하나의 기호로 이해했던 기호학적 방법론에 정확하게 부합된다. 스타일, 규칙, 행동 방식 역시 일종의 기호학적 용어로 분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이라는 코드와 연결될 때 그 지시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주세균 역시 이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기호로서의 패턴이 고정적이고 중립적으로 인식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무궁화 패턴 2 Mugunghwa patterns #2>(2013)는 도자기에 자주 사용되는 당초문과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를 혼합하여 작가 개인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패턴이다. 불규칙한 패턴은 애초에 패턴이 가져야 할 규칙적 태도를 망각하고 패턴이 고정될 수 있는 조건을 제거해 버렸다. 하지만 규칙이 깨져 있는 이 불완전한 형태들은 모래나 카올린 가루처럼 섬세한 재료로 다가갈 수 없이 완벽한 상태로 설치되어 있어, 그 또한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사실 이집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당초문 역시 대륙을 돌면서 개별 문화에 맞게 자기화된 것이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절대적인 상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관람자들은 저 파괴되기 쉬운 불/완전한 패턴들을 그 상태로 지켜 내기 위해 무언의 압력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묘한 역설로 다가온다.
 
 
 
 
 


 
 
 
 
<Artist’s Statement-'White Out'> 
2013
Sekyun Ju

Lots of events observe in the reality confuse the existing grounds of various standards that I learned and acquired. In this society that everything is doubtful, it seems that ‘meanings’ are not fixed and ‘definitions’ have no standards. It is hard to remember the correct time, but I came to have a thought ‘the intelligence’ for ‘the standard’ that I had previously and ‘phenomena’ of ‘the reality’ would be difficult to intersect at the point of contact. I have been working with the nature such as distortion and variability etc by discovering various interpretations by considering standards believed fixed until now.
Mugunghwa Patterns #3 is the works of series to make a progress recently. Mugunghwa is a national flower of Korea. As I learned the four line of Korean national anthem which is unforgettable until now, Mugunghwa was a national flower which is hard to meet in the reality without reality. In addition, it was a pillar of too powerful concept. I created a pattern design combined with an arabesque patter by using this Mugunghwa. Patternized Mugunghwa means social system that I know through education since my childhood and did unstable works against these fixed rules by using unfixed power. Existing system and ‘coincidence’ in the reality or ‘irregular standards’ in the opposite position gave me the opportunity to choose, but give anxiety necessarily. The possibility for infinity is like an uncomfortable freedom to me all the time.
Black White Porcelain series it another version of recent works used porcelain. A studio of Jilye, Gyeongnam like I ran away in my childhood, I would hid behind the big pillar of tradition. However, in the subtle gap between one who tried to keep tradition and the one who challenged to the tradition, the reality, the place I ran away came back to the place just as it was. I thought that ‘tradition’ would never change. However, if the present anxiety and incompleteness would become the future ‘tradition’ by passing over the time, then practically we are living in the boundary of incompleteness always, I thought. Through the process to color jars made of black clay with the white chalks, I passed the process to learn the system and the tradition that I believed as standards. The chalk which was the tool of learning in my childhood barely became a part of body jar like keeping the traces of unstable time. Shapes of chalk powders which have been fallen under the porcelain became the part of another fantasy of moving standard that I chased so much until now.
 
 
 



 
 
 
 
 
 
구조의 균열
2013 오픈스페이스배 '백화전'
황석권 기자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앤더슨에게 제안한다. 파란약을 먹고 현실에 안주할텐가, 아니면 빨간약을 먹고 지금 너머의 진실을 볼텐가? 진실을 선택한 앤더슨은 현실을 넘어 진실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된다. 자신을 버리고 그 너머의 세계로 발 디디는 일은 영화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인식의 체계를 허문다는 것은 새로이 태어나는 것과 등가의 의미임을 익히 알고 있다. 이때 통과의례라는 고통스러운 과정도 겪어야 한다. 그 고통을 감내한 앤더슨은 네오로 태어나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이번 오픈스페이스의 주세균 전시를 보면서 왜 <매트릭스>가 생각났을까? 그것은 지금껏 내가 취해있었던 세계의 체계를 거스르는 듯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업 중앙을 흐르는 가장 큰 물줄기는 바로 빨간약과 파란약 중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의 문제와 연관된다. 다만 그것은 달콤한 감성계의 허구냐 씁쓸한 실재인 현실이냐의 양분된 문제가 아닌 실재에 내재된 허구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그래서 애시당초 허구와 실재는 우리의 시공간에 혼재되어 있었음을 증거하는 것이 이번 주세균 작업의 목적으로 보인다.
주세균의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백자를 만드는 고령토 가루(카올린)로 형상화한 넝쿨모양의 패턴화된 바닥 설치작업과 무엇인가 균열이 가는 듯한 사운드(氷裂音), 그리고 컨테이너 박스 안의 영상작업과 도자기 설치작업이 관객과 만난다. 단일한 공간에서 만나는 주세균의 작업은 그의 작업을 모르는 이라도 하나의 맥락에서 이뤄졌음을 감지하게 만든다. 작가의 말을 빌면 이 공간은 일종의 가마()’이다. 재료가 모여 하나의 오브제가 완성되는 과정을 담은 것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주세균이 다루는 주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그것은 인류의 등장과 더불어 법제화되고 체계화된 적층의 구조를 가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역사’, ‘상징’, ‘전통등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큰 이야기이다. 인류가 시간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지내면서 켜켜이 쌓아온 삶의 형태, 방식 등은 이후 세대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선악이나 참과 거짓이라는 가치적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어떤 맹목적 믿음과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행위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렇게 거대한 이야기에 맞서 새로운 체계에 대한 꿈을 현실화하는 방법은 내가 알기로는 예술적 행위말고는 없다.
주세균의 작업이 등장하는 이번 화이트 큐브는 시간의 과정이 부정되고 서사적 구조가 무시된다. 따라서 그의 이번 전시의 동선이 안쪽부터 시작되던, 입구부터 시작되던 그 맥락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오브제가 담지 못한 가공된 전통을 씌우기 위해 긁고 갈고 했던 재료가 다시 현존하게 되는 것은 소멸되지 않는 에너지와 시간의 무한 반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질의 무손실과 시작과 끝이 없는 시간의 반복은 물리적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주세균의 공간은 시공의 고정된 체계를 넘나든다. 그러기에 현실적 가치판단의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일전에 주세균의 작업 중 바닥에 그려넣은 <만국기> 연작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것은 실재로 존재하는 국기의 모양과 별 다른 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기표는 존재하나 기의가 실종된 팝아트의 문법체계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재의 삶은 이러한 체계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보이는 것이 중시되고 그것의 함의는 중요치 않게 되어버린 우리의 세계를 비추는 거울은 역설적이게도 텅빈 의미의 이미지다.
주세균의 이번 작업은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새로운 문법체계를 제시하는 것으로, 그것을 누군가가 수용하고 안하의 문제를 떠나, 체계라는 거대한 구조에 작은 균열을 만드는 과정이라 하겠다.
다시 묻는다. “네가 선택할 것. 빨간약인가 파란약인가?”
 
 
 
 
 





 
 <The Crack of Structure>
2013 오픈스페이스배 '백화전'
황석권 기자
 
In the Matrix, the movie, Morpheus made a proposal to Anderson. To take a blue pill and then settle for the present or to take a red pill and then see the truth beyond the present? Anderson who chose the truth became the main agent to create a true world over the present. To desert oneself and to visit a world beyond is not an easy thing like films or word. For one should pay for the price for it. Moreover, he already knew that it had same meaning to pull down the system of recognition that he had with new birth. At this time, he should go through the process of rite of passage. Anderson who endures the pain became the existence that would not be subordinated to the system by being born as ‘Neo’.
What was the reason that I reminded <Matrix> by seeing the exhibition of Ju, Se Kyun of Open Space? For I had an experience like to go upstream of the system of the world until I was intoxicated. The greatest stream that runs through the center of the works of the artist is related to the matter of choice to choose one between red pill and blue pill. Only, it has a difference for it shows the fabrication inherent in the reality instead of dichotomous matter which is the fiction of the sweet world of sense or the present that is the bitter reality. Therefore, from the beginning, it seems the purpose of the works of Ju, Se Kyun at this time to improve that the fiction and the reality are mixed in our time and space.
Enters the exhibition center of Ju, Se Kyun. Floor installation works patterning of vine form which was embodied due to Kaolin that created white porcelain and sound which seems to have a somewhat crack and image works in a container box and porcelain installation works meet the audience. The works of Ju, Se Kyun to meet in a single space makes a person who does not know his works perceive that it was made in a context. According to the words of the artist, this space is a kind of ‘kiln’. It seems to show the process that materials gather and complete an object. Nevertheless, the theme of Ju, Se Kyun is not that simple. For they have laminated structures which has been legislated and systemized with the appearance of mankind. ‘History’, ‘symbol’ and ‘tradition’ etc are those. They are great stories. Life forms and methods et al that mankind has formulated one by one by having absolute value of time have an absolute influence on the lives of generations beyond that. It becomes the grounds of value decision of truth and false or good and evil and imposes a certain belief and a certain act on the basis of it. There is no other way to actualize a dream for a new system against the gigantic story but only ‘artistic act’ until I know.
This White Cube that the works of Ju, Se Kyun denies the process of time and neglects descriptive structure. Therefore, the moving line of his exhibition at this time does not depend on whether it starts from the entrance or inside. In addition, that the materials to scratch and grind to over the processed tradition, which objects do not have, become to exist again tells the endless repetition of time and inextinguishable energy. For lossless material and repetition of time without beginning and end are impossible in the physical world, the space of Ju, Se Kyun crosses the fixed system of time and space. So, it leaves no place to adapt the standard of realistic value decision.
Previously, there was a series of <Flags of All Nations> drawn in the floor. It is hard to discover particular things with the existing shapes of national flags unless peering into. Although it reminds the grammar system of pop art which exists signifier but disappears signified, everyone know that our present lives are no different with this system. Paradoxically, the mirror which reflects our world to regard visible things as important and not to regard the implication of it as important is the image of vacant meanings.
This works of Ju, Se Kyun is to suggest a new grammar system to understand his works, it is the process to create small cracks on the gigantic structure, the system without considering the matter that somebody would accept it or not.
 
 
Ask again. “What would be your choice. Red pill or blue pill?”
 
 
 
 
 
 
 
 
<움직이는 의미들과 기준없는 정의들
작가노트 2013 
주세균 (Se-Kyun Ju)

나는 그동안 정해져 있다고 믿어지는 기준을 생각해보고 그 혼란의 접점을 찾아서 왜곡, 가변성 등의 성질로 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 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을 할 수 없으나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기준과 현실의 기준이 서로 접점으로 교차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배운 가장 기본인 것부터 새롭게 관찰하고 흔들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들은 크게 왜곡모방이라는 두 가지 작업의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우선 모방의 방법은 트레싱드로잉 시리즈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나는 기존의 보물과 국보들의 도자기를 데이터로 수집하고 이를 백자도자기 위에다가 연필로 그렸다. 도자기는 전통과 관련이 있다. 전통은 변하지 않는 기준의 접점에 있다. 연필로 이러한 접점을 따라 그리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는 익숙한 약속된 기준의 접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자료의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이차원의 데이터로 삼차원의 현실위에 그림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그리고 연필이라는 어릴 적 기억의 복선적 재료를 통해 불가능한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다. 이렇듯 나는 보편이라는 대단히 위험한 기준위에서 움직이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집착하는 자아의 모습을 트레싱드로잉 시리즈 통해 표현 하고 있다.
왜곡작업의 출발 역시 기존의 기준과 정의를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내 생각에 우리들은 비연속적 패턴위에서 살아간다고 생각을 한다. 교육을 통해서 여러 기준들과 정의를 배워나가지만 실재 현실에 이러한 문법은 잦은 오류를 낸다. 자연스럽게 나는 이런 불완전성을 국기와 모래라는 재료로 작업을 풀어내게 되었다. 그 중 'Notional Flag'시리즈는 가장 최근에 진행을 하고 있는 작업이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국기를 만들고 있다. 'Notional Flag‘‘National Flag'는 언어적 모양과 만들어진 국기들의 이미지도 닮아있지만, 서로 다른 결과물들이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현실과 닮아있는 또 다른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국기들은 모든 심벌들을 어떠한 기준과 조건 없이 수평적으로 놓은 상태에서 실재와 닮는 것을 기준으로 섞어서 만들어 지게 된다. 끊임없이 확장하고 무한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작업이다.
내 작업은 현대사회에서 불투명성과 같은 불안함의 현상에 대해 의미를 추적하고 관찰하여 이를 표현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작업은 견고한 작업위에 불완전함을 올리기도 하며, 가장 불안전한 재료를 이용하여 변할 수 없는 기준에 도전을 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의 방법론은 현실세계에서 존재하는 자아의 불투명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행위를 통한 극복의 의미도 내포한다.
 
 
 
 
 
 




 
Mi-ok Gwon (Curator in Clayarch Gimhae Museum)
 
A familiar design is represented with black-and-white lines on an unglazed ceramic suface. The ceramics used are in well-known traditional shapes such as Goryeo's plum bottle and Joseon's full-moon jar shapes. visible over the design are cranes and clouds in Goryeo celadon and plants in joseon buncheong stoneware, all probably available in textbooks. Ju's work is transferring the two-dimensionality of photography to a three-dimensional structure by drawing design in pencil sketching.
Observing closely, I can find distortion and deformation in round corners, and some parts that can never be filled. It is in principle impossible to transfer a two-dimensional photographic image to the surface of a three-dimensional structure. As such I represents ambiguous contemporary society operating on universal criteria, the self sticking to such criteria, and the impossibility in tracing drawing.
 
 
 


 
 
 
 
 
Eunhee Yang(Independent curator)
 
브레인 팩토리에서 열리는 주세균의 두 번째 개인전은 설치, 영상작업을 통해 지도, 국기 등 세계화 시대에 유통되는 민감한 기호와 이미지를 다룬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주 그리고 깊숙이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를 이해해야 하는 현재, 작가는 그 이해의 지점에서 접하는 생경함, 불가해성, 불투명성, 지연, 차이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특히 색모래, 흑연, 베이비파우더 등을 사용한 <파우더 시리즈>는 전시장 바닥 가득히 만국기를 그려내는 작업으로 재료의 특성상 쉽게 무너지고 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무릅쓰고 작가가 직접 고안한 기구를 사용하여 바닥에 모래국기를 하나씩 그려가며, 그 결과물은 전시 후 모두 사라진다.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남게 되는 작가가 그린 만국기는 기존 국기의 모사가 아니라 그의 초국적 세계에서만 가능한 국기들로 기존의 국기에 사용된 이미지, 상징, 색면을 새로이 조합하거나 변형한 것들이다. 그의 초국가주(transnationalism)는 엄격하고 질서를 강요하는 국가를 극복하고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기호와 상징, 그리고 색면의 유희를 허용한다.
 
 
 
 


 
 
 
 
 
Transnational Mandala by Se-kyun Joo
Eunhee Yang(Independent curator)
 
 
 
Tibetan lamas create Mandala with sand. The Mandala is the practice of asceticism for realizing the truth of the universe as well as a guiding map towards the enlightenment through the practice. To obtain a complete Mandala, one needs to know the principles of visual design based on circles, rectangles, red, yellow, green, blue, and white. One also needs to learn the contracted images of the universe, and most importantly, endure the long, slow process of making the icons while humbly crouching down on the floor. Although the world created using colored sand obtained from natural materials is flat, yet time and space, past and present are immersed inside. Once the Mandala is completed, the lama begins to slowly dismantle the Mandala in the given order. What is left alone at the end of the deconstruction is a handful pile of colored sand. Form is emptiness, and emptiness is form.
Se-kyun Joo makes sand paintings crouching on the floor like the lamas. The ‘powder series’, which the artist made with colored sand, graphite, and baby powder, shows the present image of the world consisted of all the national flags available. He gently draws sand flags using a funnel-shaped tool he invented similar to the one that lamas use. The flags are not the replicas of already existing flags but ones made out of the arbitrary process of combining and transforming the images, symbols, and color planes adopted from the original flags; they are only possible inside his supranational world. As Tibetan monks express the notion of equality of all existences through the form of a circle, Joo paints the flags within the grid structure where the ordered egalitarian utopia of modernism has survived. The work<Notional Flag>does not allow any hierarchy between the countries or groupings such as the First World, or the Third World, rather, everything remains horizontal. His transnationalism overcomes the strict and ordered ideology of modern states by deconstructing and converting the icons, symbols, and color planes, which once represented the authority of modern nation states, into a subject of visual play for the individuals who live as anonymous in the system (including the artist). When the exhibition is over, the artist, just like the lamas, sweeps the sand flags up. A heap of sand remains, disappears, and lasts only as photographs or video works. Form is emptiness.
While dealing with sensitive icons and images such as maps and flags distributed in the globalized world, Joo takes the truth-seeking attitude like the lamas who attempt to awake their spirits through materials. In the age that it becomes imperative to understand others across the national and cultural boundaries, the artist tries to reveal the incomprehensibility, non-transparency, relay, and difference encountered at the borders, and tell us that they all stem from tenacity, competition, jealousy, and the sense of inferiority which are, in the end, shapeless and ‘empty’.
 




 
 
 
주세균의 초국가적 만다라 
(양은희/독립큐레이터)
 
 
테벳의 라마승들은 모래로 만다라를 그린다. 만다라는 느리고 더디게 우주만물의 진리를 깨닫는 수행이자, 그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향해 가까이 가는 안내도이다. 하나의 완전한 만다라를 얻기 위해서 원과 사각형, , , , , 백에 기반한 시각적 조형원리를 알아야하며, 그 안에 들어갈 삼라만상을 축약한 이미지를 배워야하며,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겸손하게 바닥에 몸을 수그리고 천천히 도상을 그려가는 과정을 수일에 걸쳐해야한다는 것이다. 자연재료에서 얻은 색 모래를 사용하여 그려낸 세계는 평면적이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가 모두 녹아있다. 만다라가 완성되면 라마승은 다시 천천히 정해진 순서대로 만다라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그 해체의 끝에 남는 것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한 더미의 색모래 뿐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주세균도 라마승처럼 바닥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며칠이고 모래그림을 그린다. 색모래, 흑연, 베이비파우더 등으로 그린 그의 파우더 시리즈는 삼라만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국기를 그려낸다. 라마승이 쓰는 도구와 유사한 깔대기 모양의 도구를 직접 고안해서 천천히 바닥에 모래국기를 그려간다. 그의 국기는 기존의 국기를 모사한 것이 아니라 그의 초국적 세계에서만 가능한 국기들로 기존의 국기에 사용된 이미지, 상징, 색면을 새로이 조합하거나 변형한 것들이다. 티벳승들이 만물의 평등함을 원으로 표현했다면 그는 질서있는, 그러면서도 모더니즘의 평등한 유토피아가 배어있는 격자무늬 구조 속에 국기들을 그려 넣는다. 그의 <Notional Flag>은 국가사이의 위계질서도, 1세계, 3세계와 같은 그룹화도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수평적이다. 그의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는 엄격하고 질서를 강요하는 근대적 국가들의 이념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 제도에 속에서 익명으로 존재했던 (작가를 포함하는) 개인들에게 그들 고유의 영역을 존중하듯이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기호와 상징, 그리고 색면을 완전히 해체하고 시각적 유희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전시가 끝나면 그도 라마승처럼 모래국기들을 쓸어 담아 모은다. 모래 더미 하나가 남아 있다가 사라지고, 이후에는 사진이나 영상작업으로만 남는다. 색즉시공.
주세균은 지도, 국기 등 세계화 시대에 유통되는 민감한 기호와 이미지를 다루면서도 물질을 통해 정신의 각성을 꾀하는 라마승의 구도 자세를 취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주 그리고 깊숙이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를 이해해야 하는 현대에, 작가는 그 이해의 지점에서 접하는 생경함, 불가해성, 불투명성, 지연, 차이를 드러내면서, 이러한 것들이 결국 집착, 경쟁, 질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국 무상한 것이자 임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색즉시공.
 







비회화적 회화, 비조각적 조각, 비예술적 예술 
(이승훈/사이미술 연구소)
 
 
주세균 작가는 도덕이나 질서 및 기타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과 같은 일방적인 프레임을 덧씌우는 행위에서 기인한 것 아닌 가하는 의심에서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상식이라고 생각되었던 영역을 교묘하게 전복시키는 모순적 상황을 마주치게 되면서 인위적 기준들을 토대로 하여 작동되는 인간사회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작업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은 국기라는 국가를 상징하는 이미지에 대한 담론적 작업이다. 이전 작업에서는 보여주었던 문자를 소재로 한 작업에서는 인간사회에 있어서 문자라는 도구의 편의성 아래 감춰져 있는 기표적 한계성을 지적하고 이를 드러내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는데 이러한 이전의 작업과도 이번에 보여주는 작업은 일정하게 연장되고 있는 개념적 작업인 것이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작가가 직접 색깔 별로 구분된 모래 가루를 이용하여 국기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인데 하나의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장면과 그 결과물을 쓸어내 버리는 장면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예술가들과는 달리 캔바스와 물감 혹은 바인더 같은 고착시켜 보존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국기와 같은 이미지를 재현적으로 만들어 내지만 그 결과물을 물질화 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오랜 노동의 대가(代價)인 물질을 쓸어내 버리는 과정을 통해 많은 시간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이미지를 섞어버리고, 없애버리는 행위 자체만을 보여줄 뿐이다.
회화가 평면에 이미지를, 조각이 공간에 구조물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주세균 작가는 일순간 없어질 이미지를 만들었고, 단지 색 모래 가루가 형성한 얇은 두께의 공간만을 만들어냈을 뿐이며 이러한 결과물도 결국은 지워버렸다. 물질을 통해 예술적 행위의 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포기하거나 부정하는 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10시간 이상을 작업하여 정교하게 만들어낸 국기 모양들이 단지 몇 분 안에 뒤섞이고 그 흔적이 소멸 되도록 하는 행위는 어찌 보면 소모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들일 것이다. 물론 영상과 사진을 통해 그 프로세스들은 고스란히 남아 작가의 행위와 개념들을 지시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이 행위를 한 작가의 머리 속에 있었을 작업에 대한 개념보다는 이 작업과정을 통해 경험적으로 작가의 가슴속에 남겨 있을듯한 그 무엇인가에 대해서이다. 그것은 짧은 순간이지만 말로 할 수 없는 모든 창작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창작의 성취감 뒤에 드리워지는 허무감과 같은 깊은 여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어떠한 개념이나 논리 혹은 합리의 영역을 넘어서 버린 또 다른 감성으로부터의 자각을 경험하게 되는 지점에 대해 작가는 소통하고자 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사라지는 국기모양의 색과 형상 그리고 질서 있게 보였던 배치된 화면들이 혼합되고 사라져갈 때 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는 감성적 힘은 앞서 있었던 이른바 질서를 만들어갔던 긴 시간과 이성을 넘어서는 강력한 지각적 각성을 촉구하게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질서 있게 국기모양으로 정렬되어있던 색 모래 가루는 혼합되어도 동일한 색 모래일 뿐이다. 모래 알갱이들은 고유한 색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야에서는 혼색으로 생성된 회색조의 중성적 색가(色價)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회화 혹은 조각이라는 범주 혹은 예술이라고 말하는 인간의 행위를 시,공간 속에 아로새긴 후 이를 다시 허물어뜨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주세균의 작업은 어떠한 카테고리를 만들어내어 구분하고 분류하는 인위적인 행위들에 대하여 그러한 인간 행위의 한계지점을 지적하면서 예술 작품에서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 작업을 행하는 프로세스를 담은 영상을 통해 어떠한 예술적 행위 뒤에 있을 법한 소거된 시간 혹은 비워진 공간의 여백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오랜 노력의 예술적 결과물의 일루젼 속에 감춰져 있는 그 이면의 영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